경기 여주군의 모 초등학교(꼭 2년에 한 번씩 전학을 했다.) 6-2 교실에서 슬램덩크와 만화 삼국지, 포토샵 첫걸음 책을 접한다.
당시 유행했던 움짤 같은걸(일명 “동꼬”, 동영상 꼬랑지의 줄임말이다.) 만들곤 했는데, 이것이 어도비와의 첫 번째 만남이었다.
서울 정릉동에 있는 대학교에서 광고학을 전공했다.
겁도 없이 인문대학 강의실로 들어가 국어 국문 부전공을 위한 수업을 듣다가 고전문학 한자 강독 시간에 처참히 패배하여 돌아서고 만다.
4년여의 대학 커리큘럼을 통해 작문에 대한 소극적 애정과, 기획에 대한 맹렬한 불호(어렵다), 제작에 대한 흥미를 얻었다.
열 번가량의 지원 끝에 강남 메가박스에서 영화관 알바를 하게 됐다.
전단지를 정리하고 크레디트가 끝난 관을 청소하면서
내가 만든 것도 꽂아놔야지, 내 이름도 올려놔야지 했던 어린 욕망이 있었다.
가로수길에 있는 영화사를 거쳐 지금은 강서구에 있는 방송사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을 하고 있다.
한글 레터링을 하거나, 프레임 하나에 콘텐츠를 녹여내는 포스터 작업을 즐겨 한다.
을지로에 있는 디자인 대안학교(커뮤니티의 이름은 디학이다)에서 소중한 친구들과 선생님을 만났다.
평어에 대한 경험, 환대하는 태도, 디자인 철학,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 경험을 시각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 타이포를 다루는 규칙 등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취미 동아리에서 만난 친구들과 몇 년째 연을 이어가고 있다.
영화를 좋아하는 친구들 덕분에 다양성 영화와 무주-제천-정동진-전주 등을 아우르는 지역 영화제에 대한 애정을 갖게 되었다.
벚꽃이 지고 한철 봄이 마무리될 즘 한 해를 위한 도파민을 맞으러 공연장에 간다.
특히나 야외무대에서 보는 밴드 공연은 음악의 완전히 또 다른 하나의 장르이다.
해가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비가 내리면 내리는 대로 피할 것 없이 시간을 즐긴다.
땀과 빗물이 엉겨 붙는 피부 사이로 음악이 스며드는 기분, 베이스가 심장을 둥둥 울리는 밴드의 라이브 공연은 언제나 환상적이다.
휴가 시즌엔 꼭 한번 절에, 연말에는 교회에, 새해에는 한강 다리 위에서 시간을 보내곤 한다.
어느 여름 강릉 현덕사라는 곳에서 템플스테이를 지냈다.
비 오는 날 주지 스님 몰래 식당 이모님들이 주신 버섯전골과 막걸리는 인생 최고의 절밥이다.
성인 이후 2번째 자취 집이 있는 신림동에서 7년째 지내고 있다.
최근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은 여기에 있다.
친구들과 한잔 후 음악 들으며 도림천을 산책하는 한밤중과, 볕 좋은 옥상에서 하릴없이 햇볕 쬐고 바람 쐬는 한낮의 순간이다.
정현주의 지평좌표계(유우머가 필요하다면)는 꾸준히 업데이트될 예정이다.